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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관전기

게시일 : 2009-09-12 | 조회수 : 13,723

*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관전기

올해 여름 스포츠팬들의 눈과 귀는 세계육상선수권에 열린 베를린에 모아졌다. 역사상 최고의 스프린터 반열에 오른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를 비롯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달리고, 던지고, 점프했던 베를린의 뜨거웠던 현장을 소개한다.

* 역사와 환경의 도시 베를린

내가 베를린을 찾은 건 2005년 이봉주 선수의 베를린 마라톤 출전 당시 이후 두 번째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이 도시가 나에게 주는 강렬한 두 가지 메시지는 역사와 환경이다. 도심 한가운데 현대식 건물들 사이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받아 반파 된 교회의 종탑과 베를린 장벽의 잔해들이 그대로 남아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도시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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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베를린 도심의 교회, 2차대전 당시 폭격으로 훼손된 모습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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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경기가 열린
베를린은 대도시이면서도 맑은 공기를 자랑한다. 도시 주변을 빼곡히 채운 나무들과 곳곳에 조성된 공원들로 인해 하늘에서 내려다본 베를린은 하나의 거대한 숲처럼 보이고 건물들은 주변의 나무들과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베를린 마라톤이 세계기록의 산실로 자리잡은 것은 평탄한 코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자연과 어우러진 환경과 맑은 공기의 영향도 크다고 한다. 관련사진' />
내가 베를린을 찾은 건 2005년 이봉주 선수의 베를린 마라톤 출전 당시 이후 두 번째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이 도시가 나에게 주는 강렬한 두 가지 메시지는 역사와 환경이다. 도심 한가운데 현대식 건물들 사이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받아 반파 된 교회의 종탑과 베를린 장벽의 잔해들이 그대로 남아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도시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 베를린 도심의 교회, 2차대전 당시 폭격으로 훼손된 모습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다.

경기가 열린 '올림피아 스타디온' 역시 매우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진 이 경기장은 히틀러가 나치의 홍보를 목적으로 당시로서는 엄청난 규모로 신축을 했으며, 이후 리모델링 공사를 했지만 아직까지 주요부분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한 번의 올림픽과 두 차례의 월드컵이 열렸던 이 경기장은 이번에 세계육상선수권까지 치르면서 세계 3대 스포츠이벤트를 모두 경험한 스타디움이라는 명예를 갖게 됐다.

베를린은 대도시이면서도 맑은 공기를 자랑한다. 도시 주변을 빼곡히 채운 나무들과 곳곳에 조성된 공원들로 인해 하늘에서 내려다본 베를린은 하나의 거대한 숲처럼 보이고 건물들은 주변의 나무들과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베를린 마라톤이 세계기록의 산실로 자리잡은 것은 평탄한 코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자연과 어우러진 환경과 맑은 공기의 영향도 크다고 한다.

* 육상을 제대로 즐기는 베를린 시민

육상단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세계육상선수권 기간 내내 베를린 시민들이 보여 준 육상경기에 대한 관심은 가장 부러운 것 중에 하나였다. 물론 독일에서는 축구가 가장 인기있지만, 육상도 이에 못지 않은 인기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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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사진설명 : 대회기간 중 베를린 시내에 설치된 멀리뛰기 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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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무엇보다 베를린 시민들의 육상에 대한 배경지식은 한국의 전문가 혹은 매니아 수준이었다. 경기장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열심히 응원하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마침 남자투포환에서 독일선수가 선전을 하고 있어 나도 그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응원을 하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대학생인 그들은 전문적인 선수는 아니지만 학교 클럽활동을 통해 육상을 하고 학교 대표로 지역별 대학대항전에 출전까지 한다고 했다. 멀리뛰기가 특기라고 하는 한 친구는 자기 기록을 자랑하면서도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선수들의 기록에는 한참 못 미치며 그런 대단한 거리를 뛰는 선수들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관련사진
육상단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세계육상선수권 기간 내내 베를린 시민들이 보여 준 육상경기에 대한 관심은 가장 부러운 것 중에 하나였다. 물론 독일에서는 축구가 가장 인기있지만, 육상도 이에 못지 않은 인기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 사진설명 : 대회기간 중 베를린 시내에 설치된 멀리뛰기 체험장


무엇보다 베를린 시민들의 육상에 대한 배경지식은 한국의 전문가 혹은 매니아 수준이었다. 경기장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열심히 응원하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마침 남자투포환에서 독일선수가 선전을 하고 있어 나도 그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응원을 하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대학생인 그들은 전문적인 선수는 아니지만 학교 클럽활동을 통해 육상을 하고 학교 대표로 지역별 대학대항전에 출전까지 한다고 했다. 멀리뛰기가 특기라고 하는 한 친구는 자기 기록을 자랑하면서도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선수들의 기록에는 한참 못 미치며 그런 대단한 거리를 뛰는 선수들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독일의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체육시간이나 클럽활동을 통해 육상의 기초를 교육받고 있다. 전문적인 선수생활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육상의 기초이론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이런 배경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독일 국민들이기에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으며 선수들에게 자연스럽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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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사진설명 : 관중들로 가득 찬 베를린 올림피아 스타디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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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경기장은 모든 나이대의 육상팬들로 가득 찼으며 특히나 어린이와 함께 앉아 육상규칙을 설명하는 부모들, 나이가 지긋한 노년의 부부들이 배낭을 짊어진 채 손을 맞잡고 경기장을 나서는 모습들은 정말 부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관련사진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독일의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체육시간이나 클럽활동을 통해 육상의 기초를 교육받고 있다. 전문적인 선수생활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육상의 기초이론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이런 배경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독일 국민들이기에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으며 선수들에게 자연스럽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 사진설명 : 관중들로 가득 찬 베를린 올림피아 스타디온

경기장은 모든 나이대의 육상팬들로 가득 찼으며 특히나 어린이와 함께 앉아 육상규칙을 설명하는 부모들, 나이가 지긋한 노년의 부부들이 배낭을 짊어진 채 손을 맞잡고 경기장을 나서는 모습들은 정말 부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 환희와 좌절이 교차한 슈퍼스타들의 경기

이번 대회의 최고스타는 단연 우사인 볼트였다. 그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5만5천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이 관중들로 가득 찼다. 일반적으로 오전에는 예선경기만 열리기 때문에 관중석에 빈 곳이 많을 때도 있지만, 볼트가 경기에 나서는 날은 오전이나 오후 할 것 없이 모두 만원 이었다. 대회의 흥행에 한 명의 스타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박태환과 김연아로 인해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이 대중적인 인기 스포츠가 된 것도 마찬가지 경우로 한국 육상이 침체의 일로를 걷는 것도 황영조, 이봉주 이후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스타가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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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사진설명 : 3차시기 실패 후 매트 위에서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실망하는 이신바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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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베를린에서 가장 아픈 기억을 남긴 스타는 여자장대높이뛰기 부동의 1인자 이신바예바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최고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4m75에 처음 도전해 두 번의 실패 후 4m80를 시도했지만 결국 넘지 못하고  매트 위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그녀가 세계기록을 수립하며 관중을 향해 손 키스를 보내는 사진에 익숙해 있던 나로선 참 이색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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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우승자도 아니고 좋은 기록을 내지도 못했지만 관중들의 환호를 받는 선수도 있었다. 대회 첫날 여자10000m 결승은 무명에 가까운 리넷 마사이(케냐)가 강력한 우승후보인
<br>메세릿 데파(에티오피아)를 마지막 순간에 제치며 우승을 차지한 재미있는 경기였다.
<br>그런데 우승자가 가려진 후에도 관중들은 트랙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더 큰 환호를
<br>보내고 있었는데, 바로 꼴찌인 유카리 사하쿠(일본)를 응원하는 소리였다. 이 선수는 142cm의 왜소한 체구로 초반부터 맨 뒤로 처져 선두그룹에 2바퀴나 추월당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힘찬 모습으로 달려 관중들의 우렁찬 박수갈채를 받았다. 선두권 선수들이 골인 한 후 사하쿠 선수가 혼자 달리는 2바퀴 동안 관중들은 선수의 페이스에 맞춰 파도타기 응원까지 펼치며 힘을 보태는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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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외신들은 골인 후 대회 마스코트인 베를리노(Berlino)에게 안긴 이 작은 일본 선수의 모습을 전 세계에 타전했고, 꼴찌를 했음에도 사하쿠 선수는 다음날 스타가 되었다. 이 경기 다음날 아침 나는 삼성전자 육상단의 용품 스폰서인 아식스의 홍보관을 찾았는데, 홍보관 정면에는 벌써 어제의 경기 사진(아식스는 일본 육상대표팀의 공식 스폰서이기도 하다.)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고, 한 켠에서는 사하쿠 선수가 개인용 신발제작을 위해 한창 발을 측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련사진
이번 대회의 최고스타는 단연 우사인 볼트였다. 그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5만5천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이 관중들로 가득 찼다. 일반적으로 오전에는 예선경기만 열리기 때문에 관중석에 빈 곳이 많을 때도 있지만, 볼트가 경기에 나서는 날은 오전이나 오후 할 것 없이 모두 만원 이었다. 대회의 흥행에 한 명의 스타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박태환과 김연아로 인해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이 대중적인 인기 스포츠가 된 것도 마찬가지 경우로 한국 육상이 침체의 일로를 걷는 것도 황영조, 이봉주 이후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스타가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 사진설명 : 3차시기 실패 후 매트 위에서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실망하는 이신바예바

베를린에서 가장 아픈 기억을 남긴 스타는 여자장대높이뛰기 부동의 1인자 이신바예바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최고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4m75에 처음 도전해 두 번의 실패 후 4m80를 시도했지만 결국 넘지 못하고 매트 위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그녀가 세계기록을 수립하며 관중을 향해 손 키스를 보내는 사진에 익숙해 있던 나로선 참 이색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우승자도 아니고 좋은 기록을 내지도 못했지만 관중들의 환호를 받는 선수도 있었다. 대회 첫날 여자10000m 결승은 무명에 가까운 리넷 마사이(케냐)가 강력한 우승후보인
메세릿 데파(에티오피아)를 마지막 순간에 제치며 우승을 차지한 재미있는 경기였다.
그런데 우승자가 가려진 후에도 관중들은 트랙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더 큰 환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바로 꼴찌인 유카리 사하쿠(일본)를 응원하는 소리였다. 이 선수는 142cm의 왜소한 체구로 초반부터 맨 뒤로 처져 선두그룹에 2바퀴나 추월당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힘찬 모습으로 달려 관중들의 우렁찬 박수갈채를 받았다. 선두권 선수들이 골인 한 후 사하쿠 선수가 혼자 달리는 2바퀴 동안 관중들은 선수의 페이스에 맞춰 파도타기 응원까지 펼치며 힘을 보태는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골인 후 대회 마스코트인 베를리노(Berlino)에게 안긴 이 작은 일본 선수의 모습을 전 세계에 타전했고, 꼴찌를 했음에도 사하쿠 선수는 다음날 스타가 되었다. 이 경기 다음날 아침 나는 삼성전자 육상단의 용품 스폰서인 아식스의 홍보관을 찾았는데, 홍보관 정면에는 벌써 어제의 경기 사진(아식스는 일본 육상대표팀의 공식 스폰서이기도 하다.)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고, 한 켠에서는 사하쿠 선수가 개인용 신발제작을 위해 한창 발을 측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장거리의 제왕 케네니사 베켈레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보고 싶었던 선수는 바로 수년간 장거리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케네니사 베켈레(에티오피아)였다. 그 이유는 장거리 트랙과 크로스컨트리에서 현재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베켈레가 향후 마라톤에서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2시간의 벽을 깰 수 있는 선수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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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10000m 경기에서 시종 여유있는 경기를 진행하며 우승을 차지한 베켈레의 달리는 모습은 정말 가볍고 힘차게 보였다. 함께 경기를 지켜본 삼성전자 육상단 오인환 감독은 타고난 마라토너라고 하며 나에게 베켈레의 발이 지면을 찬 후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잘 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선수들의 발은 무릎을 약간 넘을 정도의 높이로 올라갔지만, 베켈레는 신발은 허리 근처까지 올라갔다. 이는 그만큼 지면을 박차는 힘이 좋고 보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오인환 감독은 이봉주 선수의 전성기 시절 달리는 모습도 이와 흡사했다고 말하며, 엄청난 훈련량으로 단련된 근육과 자신감이 있어야 이런 자세로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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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사진설명 : 10000m 경기에서 타데세(에리트레아)를 추월해 선두로 나서는 베켈레(1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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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1982년생으로 올해 27세인 베켈레는 아직까지 마라톤 데뷔 시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다. 오인환 감독은 베켈레의 마라톤 입문시기를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 36세)가 노쇠화되는 시점으로 점쳤다. 두 선수의 에이전트는 네덜란드 국적의 조스 헤르메스로 이 사람이 바로 베켈레가 언제 마라톤을 뛸 지에 대한 키를 쥐고 있다. 10000m 세계육상선수권 4연패,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후 29세에 마라톤을 처음 시작해 2시간4분 벽을 최초로 돌파한 게브르셀라시에,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역시 10000m 세계육상선수권 4연패와 올림픽 2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베켈레. 헤르메스는 지금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관련사진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보고 싶었던 선수는 바로 수년간 장거리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케네니사 베켈레(에티오피아)였다. 그 이유는 장거리 트랙과 크로스컨트리에서 현재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베켈레가 향후 마라톤에서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2시간의 벽을 깰 수 있는 선수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00m 경기에서 시종 여유있는 경기를 진행하며 우승을 차지한 베켈레의 달리는 모습은 정말 가볍고 힘차게 보였다. 함께 경기를 지켜본 삼성전자 육상단 오인환 감독은 타고난 마라토너라고 하며 나에게 베켈레의 발이 지면을 찬 후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잘 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선수들의 발은 무릎을 약간 넘을 정도의 높이로 올라갔지만, 베켈레는 신발은 허리 근처까지 올라갔다. 이는 그만큼 지면을 박차는 힘이 좋고 보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오인환 감독은 이봉주 선수의 전성기 시절 달리는 모습도 이와 흡사했다고 말하며, 엄청난 훈련량으로 단련된 근육과 자신감이 있어야 이런 자세로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설명 : 10000m 경기에서 타데세(에리트레아)를 추월해 선두로 나서는 베켈레(17번)

1982년생으로 올해 27세인 베켈레는 아직까지 마라톤 데뷔 시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다. 오인환 감독은 베켈레의 마라톤 입문시기를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 36세)가 노쇠화되는 시점으로 점쳤다. 두 선수의 에이전트는 네덜란드 국적의 조스 헤르메스로 이 사람이 바로 베켈레가 언제 마라톤을 뛸 지에 대한 키를 쥐고 있다. 10000m 세계육상선수권 4연패,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후 29세에 마라톤을 처음 시작해 2시간4분 벽을 최초로 돌파한 게브르셀라시에,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역시 10000m 세계육상선수권 4연패와 올림픽 2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베켈레. 헤르메스는 지금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 베를린 하늘에 태극기는 없었다!

베를린 현지에서 만난 한 한국기자는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온은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도 태극기를 올리지 못한 한이 서린 장소라고 하면서, 이번에 후배들 중 한 명이라도 메달을 획득해 태극기를 올린다면 그 한이 조금이나마 풀릴 것이라며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차기 대회를 준비하는 한국은 베를린에 19명의 선수를 파견했지만 모두 예선탈락 또는 20위권 밖의 성적표를 받았다. 국민들은 메달은 아니어도 다음엔 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길 바랬으나 어느 종목에서도 그 해답을 찾긴 힘들었다.

대회 직후 쏟아진 한국 육상에 대한 비난여론과 축 쳐진 어깨의 선수들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 또한 착잡하기 그지 없었다. 그럼 이대로 포기하고 영원히 세계 육상의 변방으로 남아야 하는가? 당연히 그건 아니다. 지금 한국 육상계는 변화를 위한 몸부림을 시작하고 있다. 건설적인 대변화를 위해선 깊은 수렁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바닥까지 내려가 봐야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문제점을 볼 수 있고, 이를 과감히 뜯어 고칠 수 있다.90년대 말 IMF시대를 극복한 우리들이다. 지난해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도 그 어느 나라보다 훌륭하게 대처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위기에서 더욱 빛나는 한국인들의 힘으로 지금 처한 육상의 위기상황을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이다.삼성전자 육상단 홍창표 과장(cp007.ho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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