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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 삼성전자 육상단 선수들과의 밀접 인터뷰 및 기획 소식을 웹진에 담았습니다.

포커스섹션

남자경보 50km 라이벌 열전

게시일 : 2011-07-21 | 조회수 : 10,917

일반 사람들은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을 육상에서 가장 거리가 긴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라톤보다 긴 거리를 걸어야하는 지구력과 정신력의 한계를 시험

하는 종목이 있는데 바로 경보 50km다.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의 육상 금메달이

총 47개로 홀수인 이유는 경보 50km가 유일하게 남자들에게만 허용된 `금녀의 영역`

이기 때문인데 이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힘든 종목인지 알 수 있다.

 

지난 4월24일(일) 중국 타이창에서 열린 IAAF(세계육상경기연맹)경보챌린지에서

박칠성(국군체육부대), 임정현(삼성전자) 선수가 남자경보50km 한국기록을 동반
경신했다. 이로써 경보50km는 최근 2년간 7번이나 한국기록을 새로 썼으며, 시간도

약 8분 가량 단축되는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한 명의 선수가 아닌

여러 선수가 번갈아 한국기록을 수립하며 선수들간 선의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이번 포커스섹션은 요즈음 한국 육상에서 가장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는 남자경보

50km 선수들의 활약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육상의 새로운 도전 경보50km

 

한국의 경보50km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국내에는 아예 경기조차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2004년 5월 김동영 선수가 세계경보컵대회에 출전해 3시간58분00초를 기록,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것이 시작이다. 경험도 없이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해 올림픽 기준기록을 통과

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대단한 성과였고, 이를 계기로 한국 육상은 경보 50km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러나 처음 시작이 너무 좋아서일까? 너무나 빨리 침체기가 찾아왔다. 김동영 선수의 성공

이후 몇몇 선수들이 50km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실격과 기권이 거듭되었고, 김동영 선수도

본인의 첫 완주기록에 근접할 뿐 이를 뛰어넘지 못하고 기록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다.

 

#. 사진설명 : 4월 IAAF경보챌린지(중국 타이창) 50km 부문에 출전한 김동영 선수.

 

사실 경보 50km는 전국체전에 포함되지 않아 국내 육상팀들로부터 외면받는 종목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소속팀을 찾기도 힘든 실정이었다. 그러던 중 경보 50km를 새롭게 육성

하기로 한 삼성전자 육상단은 2008년 12월 김동영 선수를 영입해 박칠성, 임정현 등 기존

선수들과 함께 50km 훈련에 전념토록 했고, 그 효과는 바로 이듬해부터 나타났다.


2년간 한국기록경신 7회, 세계랭킹 20위권 진입

 

2004년 이후 5년간 깨지지 않던 경보50km 한국기록은 2009년 4월 일본육상선수권50km경보

대회에서 박칠성 선수가 3시간56분45초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년동안 김동영, 임정현,

박칠성 선수에 의해 총 7차례나 경신됐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급성장한 신예 오세한 선수도

세계육상선수권 A기준기록을 통과해 남자경보50km는 누구를 대구세계육상 대표로 선발

해야할지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아래 표는 4명의 선수들이 지난 2년 동안 기록

한 경기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칠성 선수의 기록이다. 50km 데뷔전에서 한국기록을 경신하더니

군입대 후 20km에 전념하다가 지난해 4월 두 번째 50km 완주에서 또다시 한국기록을 대폭

앞당겼다. 임정현 선수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매 경기마다 기록을 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꾸준함과 성실성을 엿볼 수 있다. 김동영, 오세한 선수 역시 올시즌 세계랭킹 30위 안에 들어

있어 한국 남자경보는 어느덧 세계 경보계가 다크호스로 주목할 정도로 성장했다.

 

#. 사진설명 : 4월 IAAF경보챌린지에 출전하여 한국최고기록을 경신한 박칠성 선수.

 

삼성전자 경보팀과 대표팀을 맡고 있는 이민호 코치는 경보50km 신기록행진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선수들간의 경쟁심을 들고 있다. "느린 페이스로 훈련스케줄을 진행해도 훈련

막바지에는 페이스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상대방에게 지기 싫은 마음이 훈련에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본인이 다른 선수들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주어진 훈련량을 초과해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선수들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라이벌이 있어 행복한 선수들

 

라이벌이 없는 스포츠는 그 존재가치가 떨어진다. 아사다 마오로 인해 김연아의 연기가 더욱

빛을 발했으며, 장린의 추격 때문에 박태환의 금빛질주가 더욱 감동적이지 않았는가?

스포츠의 본질 자체가 승부를 가리기 위한 경쟁이기 때문에 라이벌의 존재는 보는 사람들은

물론 선수 본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동기부여가 된다.

 

그럼 여기서 팀 내에서는 각별한 선후배 사이지만 경기에서는 라이벌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선수들의 면면에 대해 잠시 살펴 보도록 하겠다. 아래는 선수들 각자의 프로필을 간단하게

정리한 표다.

 

 

김동영 선수는 한국 선수로서 경보50km를 최초로 완주한 선구자다. 2002년 경보 10000m

한국기록을 수립하는 등 2000년대 초반까지 10000m와 20km에 주력했으나 2004년 그의

지구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높이 평가한 보단 부라코프스키 당시 대표팀 코치로부터 50km에

도전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50km 선수로 전향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경보50km 선수였기에 거의 홀로 훈련해야만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올림픽에 2번이나 출전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경보 50km선수로 활약해 왔다.

그래서인지 어지간한 고통은 참고 견디며 훈련을 수행하는 스타일이며 강한 정신력과

풍부한 경기경험으로 어떤 악조건에서도 본인의 경기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장점이 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순박한 얼굴이 매력인 박칠성 선수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넘치는

파이팅으로 그의 경기를 보면 꼭 황소가 질주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지금까지 완주한

2번의 50km 경기 모두에서 종전의 한국기록을 대폭 경신했기에 3번째 경기가 될 대구세계

육상선수권에서의 성적이 매우 기대된다.

20km 종목에서도 방콕유니버시아드 은메달, 오사카세계육상선수권 15위 등 국제경쟁력이

있지만 장점인 지구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50km 종목이 적합하다는 것이 이민호 코치의

생각이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 3시간45분을 주파할 수 있다면 메달경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칠성 선수의 고교후배이기도 한 임정현 선수의 외견상 보이는 이미지는 박칠성 선수와

딴판이다. 훤칠한 키와 뚜렷한 이목구비로 도시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실상은 역시 순박한

시골청년이다. 그를 지도했던 지도자들은 임정현 선수에 대해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대성할

선수라고 평가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약점을 빨리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노력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극심한 체력소모와 부상의 위험이 존재하는 50km경기를 매년 2차례씩 꼬박꼬박 출전하면서

기록을 조금씩 단축해가는 임정현 선수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지도자들의 칭찬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 사진설명 : 지난 4월 IAAF경보챌린지에 출전한 임정현, 오세한 선수.

 

오세한 선수는 지난해 알을 깨고 나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급성장한 선수다. 사실 그는

지난해 초까지 선배들에 비해 기록이 저조해 마음고생이 심했었다. 부드러운 워킹자세를

가졌음에도 스피드가 부족해 항상 선배들의 뒤를 보며 걸어야 했지만 지난해 코칭스탭과

함께 고심한 끝에 워킹자세를 수정한 것이 성공을 거두며 이제는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

 

임정현, 오세한 선수는 아직 20대 초반이다. 중국을 제외한 경보 50km의 세계적인 강자들이

30대가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두 선수가 향후 오랜 기간 한국을 경보강국으로 이끌어 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아직은 높은 세계의 벽과 한국 경보의 과제

 

지난 4월 중국 타이창에서 열렸던 IAAF경보챌린지는 한국 남자경보50km가 세계수준에 근접

했음을 잘 보여 준 경기였다. 출전 선수 모두가 10위 안에 들었고, 올시즌 세계랭킹에서도

30위 안에 5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리는 성과도 거두었다. 세계랭킹 50위권에 3명 이상의

선수가 들어간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중국, 일본, 폴란드 뿐으로 만일 마라톤과 같이

단체전이 있다면 현재 수준으로도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메달이 가능할 정도다.

 

그러나 올림픽이나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메달을 노리기엔 갈 길이 멀다. 보통 이런 A급 국제

대회의 경우 우승자는 3시간40분 이내에서 결정되는데 이는 박칠성 선수의 한국기록보다

10분 이상 빠른 기록으로 2km의 코스를 도는 경기에서 결국 한국 선수들은 선두그룹에서

1바퀴 이상 뒤진다는 얘기다. 섭씨 34도의 무더위에서 경기를 펼쳤던 2007년 오사카 세계

육상선수권의 우승기록도 3시간43분대로 우리 선수들의 기록과는 큰 격차가 있다.

 

 

위의 표는 올 시즌 남자경보 50km 세계랭킹 상위 10걸을 정리한 것이다. 중국 선수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고, 젊은 폴란드 선수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3시간50분대 초반을 기록한

한국 선수들도 최근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조만간 10위 안에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외로 중국과 함께 최강으로 꼽히는 러시아 선수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2009년 베를린세계

육상선수권 우승자 세르게이 키르디야프스킨과 3시간34분14초의 세계기록보유자 데니스

니즈헤고로도프가 2010년부터 공식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뒤를 잇는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아직까지 미숙해 세대교체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진하다가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는 매번 스타를 배출하는 저력을 갖고 있어 결코 무시할 순 없다.

 

그럼 한국 선수들이 지금의 기록을 한 단계 뛰어넘어 세계대회 메달권에 진입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경보팀 이민호 코치는 그 해답을 스피드에서 찾고 있다. 그는 3시간45분

이내로 골인하기 위해선 20km 경기에서 적어도 1시간22분대는 기록해야 한다고 말한다.

 

위에 있는 세계랭킹 10걸 모두가 1시간22분 이내의 20km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상위 5명은

1시간20분대의 기록을 갖고있다. 한국 선수들은 박칠성 선수가 1시간20분17초, 김동영

선수는 1시간23분28초의 최고기록을 갖고 있지만 모두 2009년 이전에 작성된 것이고, 최근

20km 기록은 그리 좋지 않다. 임정현, 오세한 선수는 1시간25분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0km가 넘는 장거리훈련을 반복하며 지구력을 키우다보면 상대적으로 스피드능력은 떨어

지기 마련이지만, 세계 정상을 위해선 스피드 향상이 꼭 필요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경보 20km와 50km를 모두 석권한 폴란드의 코르제니오프스키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20km 동메달, 50km 은메달을 따낸 호주의 자렛 탈렌트의 경우를 보면 두 종목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경보20km 한국기록(1시간19분31초) 보유자인 김현섭 선수도 장기적으로 50km에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지구력강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단숨에 세계정상권 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를 지도하고 있는 이민호 코치의 견해다.

 

경보팀은 현재 스피드를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성과는 6월에 열리는 전국육상선수권 경보20km와 실업육상경기대회 경보10000m의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경보선수들은 검은 아스팔트 위를 걸으며 온몸에서 땀을 쏟고 있다. 50km경기를

준비하려면 3개월 동안 일주일에 2회 이상의 40km 거리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다른 종류의

훈련까지 포함하면 일주일의 훈련거리는 150km가 훌쩍 넘는다. 게다가 올바른 워킹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복근강화훈련을 매일 반복한다. 소요시간이 4시간에 육박하는 경기자체도

힘들지만 이를 준비하는 과정 역시 엄청난 노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 바로 경보50km다.

 

경보 50km는 한국 육상에서 가장 전망이 밝은 종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록 아직까지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경보 선수들이지만 길 위에 매일 뿌려지는 이들의 땀방울이

언젠가는 큰 열매가 되어 우리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가져다 줄 것이다.

 

#. 사진설명 : 챌린지캠프 앞에서 남자경보 50km 선수들의 다정한 모습.

 

삼성전자 육상단 홍창표 과장(cp007.ho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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