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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임직원들의 마라톤완주 도전기

게시일 : 2012-06-20 | 조회수 : 19,849

5월초 어느 날 삼성전자 사내방송인 SBC의 PD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임직원들이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을 제작

하려고 하는데 육상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코칭스탭이 도전자들을 훈련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보통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적어도 2~3개월간 꾸준히 몸을 만들며 준비한다. 그런데 6월2일(일)에 열리는 마라톤대회 참가

계획은 도전자를 모집하고 훈련일정을 맞추는 준비과정을 생각하면 시간상으로 너무 촉박했다. 게다가 6월초 전국육상선수권대회

준비로 바쁜 선수단 일정을 생각하면 실제로 도전자들이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고작해야 1 ~ 2주가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램 제목도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과연 가능할까? 답은 육상단 임상규 감독에게서 나왔다. 임상규 감독은 도전자들의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고, 이후

무모해 보였던 계획이 일사천리로 실행에 옮겨져 3명의 풀코스, 3명의 하프코스 도전자가 선발됐다.

 

6명의 도전자는 모두 각자의 사연과 확실한 목표의식을 갖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하프마라톤 도전자 3명 중 이정섭 대리는

15년간 구미에서 근무해 오다가 올해 메모리 사업부로 발령을 받아 화성에 올라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유제욱

사원은 10년 전에 하프마라톤을 완주한 경험이 있는데 지금은 10kg 넘게 체중이 불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그리고 양쪽

무릎의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은 후 재활 중에 있는 이영종 사원은 마라톤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며 참가신청서를 냈다.

 

#. 사진설명 : 훈련 첫날 운동장에서 화이팅을 외치며 훈련을 시작하는 도전자들(왼쪽부터 유제웅, 이영종 사원, 박정호 부장, 김성은

                   선수, 임상규 감독, 이정섭 대리, 김주용 과장)

 

풀코스에 도전하는 김주용 과장은 12년째 마라톤을 즐기고 있는 베테랑 마라토너로 풀코스 완주경험이 24회나 되지만 최근에는

운동을 소홀히 했다. 김공수 수석은 IMF 당시 체력유지를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지만 2008년부터는 운동과 멀어졌고 지금까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나약해진 상태고, 박정호 부장은 비만과 지방간 등으로 엉망이 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해

지난해 마라톤을 완주했지만 30km 이후로는 걸어서 들어와야 했다.


5월15일(화) 임상규 감독과 도전자들이 첫 미팅을 가졌다. 쉽지 않은 도전을 앞에 두고 있는 긴장감과 첫 만남의 어색함이 있었지만,

임상규 감독이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며 모두에게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 주었다.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마라톤 전문가가 함께 한 미팅에서 참가자들은 이내 마라톤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쏟아 내 미팅자리가 뜨겁게 달아

올랐다.

 

첫 미팅에서 임상규 감독은 도전자들에게 하루에 60분 이상씩 꾸준한 조깅으로 몸상태를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고, 5월29일(화)

나노시티 기흥캠퍼스 운동장에서 첫 합동훈련을 가졌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1인자로 런던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는 김성은 선수가

훈련 도우미로 나선 가운데 도전자들은 김성은 선수를 따라 스트레칭을 실시한 후 60분간의 조깅을 실시했다.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기 전 임상규 감독은 도전자들에게 한 가지를 꼭 지킬 것을 당부했다. 앞에서 달리는 김성은 선수의 자세와

리듬을 따라 하라는 것이었는데, 김성은 선수는 엘리트 선수들 사이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러닝자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러닝이 시작되자 도전자들이 약간의 혼란을 느끼는 듯 했다. 예상보다 김성은 선수의 보폭과 리듬이 짧았기 때문에 발을 맞추고 안정된 호흡을 가져가기에 어려움을 느낀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임상규 감독의 지시는 일관되게 "보폭은 짧게, 리듬은 경쾌하게!" 였다.

 

사실 일반적으로 빨리 달리려면 보폭을 넓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보폭을 넓게 하면 다리근육에 부담을 주게

되고, 또한 지면으로부터 높게 뛰게 되어 에너지 소모가 많아져 결국 오랜 시간 달릴 수 없게 된다. 엘리트 선수 중에는 보폭을 크게

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그 선수들은 오랜 훈련을 통해 군더더기 없는 자세로 모든 에너지를 앞으로 전진하는데 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김성은 선수는 도전자들이 차츰 자세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페이스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고, 속도가 빨라지자 훈련 참가자 모두 짧은 보폭의 자세를 오히려 편안하게 느끼는 듯 보였다. 그러나 역시 체력이 문제였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30분이 넘어

서자 한 명씩 뒤로 쳐지기 시작해 결국 마라톤 경험이 많은 김주용 과장과 김공수 수석만이 김성은 선수와 함께 달렸고, 나머지는

약간씩 페이스를 늦춰 60분의 조깅을 마쳤다.

 

#. 사진설명 : 훈련을 마치고 김성은 선수와 포즈를 취한 박정호 부장(왼쪽)과 김주용 과장.

 

첫 훈련을 마치고나자 도전자들 사이에서 김성은 선수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자신들은 너무 힘들게 달렸는데, 시종일관 가볍고

경쾌하게 달리면서도 호흡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김성은 선수가 대단해 보였을 것이다. 단 한 번의 훈련으로 6명의 도전자들은

김성은 선수의 열렬한 팬이 되었고, 런던올림픽에서의 선전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이튿날에는 동탄신도시 근린공원에 있는 산책코스에서 1km의 거리를 왕복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실제 마라톤 경기가 열리는 비슷한 환경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임상규 감독의 의견에 따라 실시된 이 날 훈련에서 도전자들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아스팔트 위를 달리다 보니 전날 보다 좀 더 힘든 기색을 보였다.

 

5월31일(목)과 6월1일(금)에는 다시 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특히 1일 훈련에서는 가벼운 조깅 후 1000m를 전력으로 달리는

스피드 훈련을 병행했는데, 임상규 감독은 경기 전날의 스피드 훈련은 온 몸의 근육에 활기를 불어넣고, 호흡을 수월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드디어 6월2일(토) D데이가 밝았다. 참가대회는 '제17회 바다의 날 마라톤'으로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을 출발해 한강변을 달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고저도가 거의 없는 평탄한 코스지만 올해 유난히 일찍 시작된 무더위가 완주에 가장 큰 걸림돌

이었다. 풀코스 참가자들이 골인할 정오 무렵에는 섭씨 28도에 육박하는 높은 기온이 예보되어 후반까지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했다.

 

6시30분에 출발지에 집결한 도전자들은 다들 긴장감으로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걱정을 늘어놓았지만, 기대감으로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한 도전자들은 7시15분부터 임상규 감독의 지도에 따라 가벼운 스트레칭과

조깅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 사진설명 : 출발 직전 도전자들에게 주의사항을 당부하는 임상규 감독

 

임상규 감독은 경기 전 도전자들에게 약간의 밥이나 떡을 먹을 것을 주문했다. 여기서 약간이란 허기를 느끼지 않을 정도의 소량을 의미하는 것으로 마라톤 출발 전까지 완전히 소화를 시켜야 달릴 때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출발 2시간 이전에는 식사를 마쳐야 한다. 그리고 레이스 도중에 5km마다 제공되는 물과 이온음료를 꼭 챙겨 먹어야 하는데, 갈증을 느낄 때는 이미 몸에 수분이 많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기회가 될 때 꼭 수분을 보충해 줘야 한다는 게 임감독의 설명이다.

 

8시 정각에 박정호 부장, 김공수 수석, 김주용 과장이 풀코스 참가자들과 함께 힘차게 출발했고, 10분 뒤 이정섭 대리, 유제욱 사원, 이영종 사원이 임상규 감독의 응원을 받으며 하프코스 도전을 시작했다. 도전자들이 출발 한 후 골인지점에서 선수들의 골인을

기다리는 임상규 감독에게 약간 초조한 기색이 보였다. 훈련 내내 도전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임상규 감독이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던 것 같다. 더구나 높은  기온과 습도는 마라톤에 있어 천적과 마찬가지여서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1시간15분 정도가 지나자 하프코스 선두가 결승선을 통과했다. 엘리트 선수에 비해서도 손색 없는 실력이었다. 2시간이 넘어서자

이번 도전을 준비한 스탭들 사이에서 과연 성공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드디어 이정섭 대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종기록은 2시간06분35초. 골인 한 후에도 완주의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할 정도로 힘이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임상규

감독과 스탭들이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을 무렵 유제욱 사원 역시 힘찬 걸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2시간14분51초를 기록했다.

 

하프코스 도전자 중 남은 사람은 이영종 사원, 양쪽 십자인대 수술 후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몸무게가 불어 이번 도전을 가장

힘겨워 했던 도전자였다. 그러나 그는 모든 이의 걱정을 날려 버리며 2시간23분02초에 결승선을 통과했고, 불가능해 보였던 도전에

성공했다는 감격에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사진설명 : 무릎수술의 아픔을 딛고 하프코스 완주에 성공하는 이영종 사원

 

이제 남은 건 풀코스 도전자 3인. 햇빛은 점점 뜨거워지는 가운데 출발한지 4시간이 지날 무렵 김공수 수석과 김주용 과장이 나란히 손을 맞잡고 골인했다. 기록은 4시간00분43초, 아깝게 '서브4'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두 명 모두 목표로 했던 완주를 가볍게 성공해

만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24번의 풀코스 완주 경험이 있는 김주용 과장이 안정적으로 페이스를 이끌었고, 도전기간 내내

넘치는 열정과 의욕을 보였던 김공수 수석은 마지막 순간까지 화이팅을 외치며 함께 행복한 도전을 완성시켰다.

 

# 사진설명 : 손을 맞잡고 함께 골인하는 김주용 과장(왼쪽), 김공수 수석


완주에 성공한 도전자들이 서로 포옹을 나누며 기쁨을 나누는 사이 시간은 어느새 경기 마감시간인 오후 1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마지막 남은 박정호 부장이 완주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4시간37분이 되자 드디어 박정호 부장이

지친 몸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지친 상태였지만 완주에 성공했다는 기쁜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잠시 후 안정을 되찾은 박정호 부장은 35km에서 모든 체력이 바닥나 이후에는 걷다가 뛰기를 반복했다고 말하며, "너무 힘들어서

내가 도대체 왜 이걸 한다고 해서 이 고생인가?"하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함께 도전에 참여한 사람들과 가족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결국 결승선에 도착했다.

 

무모하고 불가능해 보였던 6명의 마라톤 완주 도전. 처음 시작할 땐 6명 중 3 ~ 4명 만이라도 성공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전자들의 의지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긍정의 힘을 강조했던 임상규 감독도 100 완주에 놀라워 할 정도였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멈추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시작한 도전자들에게 힘든 순간 떠올렸던 생각을 물어 봤을 때 공통적으로 나온 답이 2개 있었다. 하나는 가족, 그리고 또 하나는 함께 도전에 참가한 동료였다. 언제나 나를 최고로 여기는 가족과 함께 공통된 목표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

동료들이야말로 힘든 순간에도 우리가 쓰러지지 않게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것이 새삼 일깨워진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물론 가족애와 동료애를 느끼게 해준 이번 마라톤 완주. 도전자들은 물론 도전을 함께 한 임상규 감독과

김성은 선수에게도 행복한 추억으로 간직될 소중한 시간이었다.

 

홍창표 과장(cp007.ho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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