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영역
포커스섹션
경보의 본 고장, 동유럽 경보대회를 가다
게시일 : 2006-04-28 | 조회수 : 13,373
* 경보의 본 고장, 동유럽 경보대회를 가다
작년 11월 포커스 섹션에서는 '한국육상의 기대종목 경보'를 통해 아직 국민들이 생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경보라는 종목을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경보를 온 국민의 생활체육으로 발전시킨 유럽의 한 경보대회를 보고 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경보의 본고장은 역시 유럽
* 지역축제로 자리잡은 경보대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필자가 다녀온 '두딘스 경보대회'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올해로 25회째를 맞고 있는 이 대회의 공식 명칭은 'Dudinska Walking Race Meeting EAA'로 유럽육상연맹(EAA)이 주관하며 4년마다 유럽선수권대회를 겸하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두딘스市는 주민수가 겨우 1만5000명인 슬로바키아 외곽의 조그만 마을이다. 처음엔 이런 조그만 도시에서 어떻게 25년간 국제대회를 무사히 치루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런 나의 의문은 우리 선수단을 반갑게 맞이한 시장의 인사말을 통해 깨끗이 풀 수 있었다.
그는 우리 선수단을 시청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두딘스市는 슬로바키아의 평범한 농촌마을에 불과하지만 매년 이 대회가 열리는 날은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가 된다. 많은 외국선수들이 여기에 모이고,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경기결과에 관심을 갖는다. 무엇보다도 모든 주민들이 거리에서 가족, 이웃과 함께 경기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시장의 말을 증명하듯 대회 전날까지 한산했던 거리에 대회당일 새벽부터 포장마차와 간이상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경기가 시작되자 코스주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또한, 대회의 메인이벤트인 남자50km 시상식에는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직접 시상자로 모습을 나타내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요즘 우리 나라도 많은 지방도시들이 각종 축제와 행사를 많이 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지역 특산물을 선전하기 위한 수단이고, 지역 주민들이 즐기는 것이 아닌 외부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축제 본연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내세울 것 없는 시골마을에 대통령을 방문하게 하고, 주민들에게 일상에서 벗어난 즐거운 휴식처를 제공하는 이 대회는 두딘스市의 진정한 지역축제로 거듭나 있었다.
* 세계중심으로 다가서는 한국 경보
트랙 중장거리와 마라톤에서 아프리카 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쓰는 현대 육상의 현실에서 경보만큼은 아직 아프리카의 검은 바람이 미치지 않는 유일한 장거리종목으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대한육상경기연맹도 수년 전부터 경보를 전략종목으로 육성하고자 외국인 코치 영입, 해외고지훈련 실시 등 많은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삼성전자 육상단도 2005년 폴란드출신의 보단 수석코치 영입 이후,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에도 국제대회에만 나서면 무더기로 실격당하던 한국 선수들은 이제 국제심판들에게 중국에 이은 또 하나의 '황색바람'으로 강하게 인식되고 있다.
경보는 육상에서 가장 실격이 많은 종목 중에 하나다. 게다가 멀리뛰기나 던지기처럼 일반인이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상당히 까다로운 룰에 의해 실격여부가 판정되고, 여기엔 심판들의 선입견과 주관적인 시각이 상당부분 작용하기도 한다.
2005년 김현섭선수가 이룩한 유니버시아드 은메달과 IAAF경보챌린지 8위 입상은 '한국선수들은 걷는 폼이 불안정하다.'라는 국제심판들의 인식을 깨뜨리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들은 더 이상 한국 선수들이 선두그룹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된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총 8명의 심판 중 3명이 우리 선수단과 안면이 있었고, 그들은 한국 선수들을 친숙하게 생각했다.
* 한국경보의 희망과 과제
하지만 노력에 비해 그 결과는 아직 미미하다. 일단 스포츠이벤트인 만큼 선수들이 최고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야 하지만 전국체전이 끝난 후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에 열리다보니 선수들이 제 컨디션으로 출전하기 힘들다. 또한, 해외초청선수의 수준이 너무 낮다는 문제도 있다. 적어도 한국기록수준의 선수들을 초청해 선수들이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여야 경기가 박진감 넘치고 기록도 향상될 수 있다.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도 좀 더 신경 쓰면 훨씬 재미있고 알차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들에게 한 번 보고 가라는 식의 '일회성 마케팅'이 아닌, 충분한 사전홍보와 기획을 통해 진정한 경보매니아를 만드는 계기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삼성전자 육상단 홍창표대리(cp007.hong@samsung.com)
- 다음글 | 꾸밈 없는 원초적 달리기!! 크로스컨트리
- 이전글 | 미리 보는 2006년 국제육상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