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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라톤, 모스크바에서의 부진을 씻고 인천을 향해!

게시일 : 2013-09-11 | 조회수 : 15,260

2013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이상기후로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은 가운데 한국은 전력난까지 더해져 유난히 힘들고 긴 여름을 보내야했다. 무더위가 한창이었던 8월, 동토의 땅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례없는 이상고온이 찾아 온 모스크바에서 한국 마라톤은 세계의 높은 벽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 무거운 숙제를 안고 돌아왔다.

 

이번 모스크바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경기내용과 결과를 통해 세계마라톤 추세를 살펴보고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남자마라톤 경기내용

 

경기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보스턴, 런던, 로테르담 등 주요 국제마라톤대회 우승자들이 포함된 에티오피아가 금메달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5명의 출전선수 모두 2시간4분대의 개인최고기록에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한 초호화 진영의 에티오피아에 비해 케냐 선수들은 경력이 부족해 보였고, 지난해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테펜 킵로티치(우간다)도 올해 기록이 2시간8분대에 머물러 경쟁력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페이스메이커가 없는 세계육상선수권에서 킵로티치의 경기운영 능력이 빛을 발했다.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주도한 선두그룹은 5km까지 느린 페이스로 경기를 진행했으나 이후 스피드에 자신있는 선수들이 수시로 페이스를 급속하게 변경시키며 경쟁자들의 체력소모를 유도했다.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선수들이 선두그룹을 주도하는 모습

 

킵로티치는 중반까지 무리한 스피드경쟁을 자제하면서도 선두그룹 후미를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후반을 도모했고 그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30km까지 10위권을 유지한 킵로티치는 35km부터 선두로 나서기 시작해 레이스를 주도했고,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스피드를 조절하며 40km 지점에서 경쟁자들을 떨어뜨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김영진 선수는 30여명의 선두그룹 후미에서 달리며 5km를 15분57초, 10km를 31분36초에 통과했고, 20km까지 1시간3분48초를 기록해 본인최고기록(2시간13분49초) 경신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더운날씨와 뜨거운 햇빛으로 예상보다 체력소모가 빨라 중반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늦어졌고 30km부터는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체력이 고갈돼 5km를 20분이 넘는 느린 속도로 달려 어렵게 경기를 마쳤다.


(2) 여자마라톤 경기내용

 

컨디션이 좋았던 이탈리아의 복병 발레리아 스트라노가 처음부터 앞으로 치고나가 꾸준한 페이스로 달리며 경기를 주도했다. 예상치 못한 스트라노의 질주에 우승후보였던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한 명씩 선두그룹을 이탈했지만 케냐의 노장 에드나 키플라갓이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결승점을 1km 앞두고 추월에 성공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섭씨30도가 넘는 대회기간 중 가장 더운 날, 그것도 오후 2시에 시작된 경기였기 때문에 경기 초반 선수들의 눈치싸움이 예상됐지만 스트라노가 처음부터 빠른 페이스로 달리자 메달을 노리는 상위권 선수들이 어쩔 수 없이 선두그룹에 합류했고, 이로 인해 중반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거나 기권한 선수들이 속출했다.

 

일본의 후쿠시 가요코는 25km까지 선두경쟁을 펼쳤고 이후 페이스를 약간 늦추면서 경기 후반에 지친 선수들을 제치고 동메달을 차지했고, 세대교체기의 중국은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출전시켰으나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웨이 샤오지에가 |2시간46분46초로 28위에 그쳤다.

 

한국의 김성은 선수는 대회 직전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자신감을 갖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자신감이 너무 과했을까? 출발부터 선두그룹 앞 쪽에서 너무 빠른 페이스로 달린 김성은 선수의 5km 통과기록은 17분16초로 우승자 키플라갓의 17분20초 보다 빠른 오버페이스였고, 이는 이후의 레이스에 치명적인 영향을 줬다.

 

선두그룹으로 5km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 김성은 선수

 

예상보다 빠른 선두그룹의 페이스, 그리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무더위로 인해 초반부터 극심한 체력소모를 겪은 김성은 선수는 이후 좀처럼 자신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힘들게 레이스를 진행한 끝에 2시간48분46초로 32위를 기록했다. 선두그룹 후미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진행했다면 10위권 이상의 성적이 가능했지만, 처음부터 욕심을 냈던 것이 아쉬운
결과로 나타났다.

 

(3) 결과분석 및 향후대책

 

모스크바세계육상 결과를 지켜보면서 한국 마라톤이 메이저대회를 준비할 때 개선해야 할 점을 현지 적응력과 경기운영 전략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경기환경 분석과 적응력 향상

 

      운동선수에게 현지적응은 본인의 경기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경기장소의 기후,

      시차, 고도 등에 익숙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스포츠 선진국들은 국제대회 때마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로 선수들이 전혀 불편함 없이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마라톤에서 무더위는 항상 경기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해왔다. 날씨가 더운

      하절기에 개최되기 때문에 장거리 경기인 마라톤에서 더위에 대한 적응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스크바가 비록 한국보다 시원한 기후를 보인다고 해도 이번 세계육상선수권은 마라톤 경기를 낮 시간대로 편성해 뜨거운

      햇빛에 노출된 선수들은 상당한 체력소모를 겪었다. 게다가 올해 모스크바의 여름은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할

      정도로 이상고온 현상을 보여 더위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선수들은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마라톤 선수들은 여름철에 기후가 서늘한 곳을 찾아 전지훈련을 한다. 더운 지역에서는 많은 운동량을 유지할 수

      없고, 체력회복 속도가 더뎌 훈련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대관령, 지리산 등 산악지역이 하계훈련지로 유명하고,

      해외훈련지로는 일본 홋카이도 지역이 서늘한 기후와 훌륭한 훈련인프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하계훈련지에서의 훈련성과가 경기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시원한 장소에서 많은 훈련량을 소화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선수가 정작 더위가 한창인 대회장소에서는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경기에서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더운 날씨, 한낮의 뜨거운 햇빛, 그리고 30 여명이 넘는 선두그룹의 들쭉날쭉한 페이스 등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생소한 경기환경에서 안정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쳐야 했다.

 

선두그룹 후미에 위치한 김영진 선수가 5km 지점을 통과하는 모습

 

      마라톤이 기본적으로 많은 훈련량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는 스포츠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는

      선수들이 실력을 제대로 발휘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경기가 열리는 환경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와 더불어 경기상황을 예측

      하고 이에 대비한 충분한 시뮬레이션 훈련이 필요하다. '현지 적응력' 앞으로 지도자와 선수들 모두 깊게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2) 전략적인 경기운영

 

      페이스메이커를 운영하지 않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케냐, 에티오피아 등 마라톤 강국의 우승후보들은 기록보다는 순위경쟁

      에서 이기기 위한 경기운영을 하는데, 그들의 레이스 전략은 우리가 선수들의 페이스를 체크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살펴보는

      5km 스플릿타임으로는 쉽게 알기 어렵다.

 

      이번 모스크바대회에서 첫 5km 스플릿타임은 남자선두가 15분53초, 여자선두가 17분15초였다. 남자는 2시간13분대 후반,

      여자는 2시간25분대 후반의 빠르지 않은 페이스로 볼 수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견해는 약간 다르다.

 

      스피드에 자신있는 아프리카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느린 페이스 속에서도 수시로 페이스를 급격하게 변경시켰고, 들쭉날쭉한

      페이스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은 초반부터 체력이 소진돼 후반까지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지 못했다.

 

      더운 날씨와 아프리카 선수들의 불규칙한 페이스 운영 등 혹독한 경기환경 속에서 이번 대회 미국, 일본, 브라질 남자선수들의

      레이스 운영전략은 눈 여겨 볼만했다. 5명이 출전한 일본을 비롯해 미국(3명), 브라질(2명) 선수들은 20km까지 선두그룹 후미

      에서 함께 꾸준한 페이스로 달리는 전략을 사용했다.

 

      선두에서 일부선수들이 아무리 페이스를 급격하게 변경시켜도 이들 세 국가의 선수들은 서로서로 페이스와 컨디션을 체크하며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페이스메이커가 없는 경기에서 후반에 큰 힘으로 작용했다.

 

      남자마라톤 경기결과를 보면 일본은 나카모토 켄타로가 2시간10분50초로 5위를 차지하는 등 4명의 선수가 20위 이내에 올랐고,

      브라질은 솔로네 다실바와 로베르토 파울라가 각각 6위와 7위를 차지했다. 또한 개인최고기록이 2시간12분대로 한국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인 미국의 제프 에글레스톤도 2시간14분23초의 기록으로 13위를 차지하는 등 이 세

 

페이스를 맞춰 함께 달리는 3명의 일본 선수들, 2명은 약간 뒤에서 달리고 있다

 

      여자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개인최고기록이 2시간28분대인 중국의 웨이샤오지에 선수가 초반 선두권에서 달리다 빠른 페이스에

      후반을 버티지 못하고 28위로 쳐진 반면, 일본과 북한 선수들은 꾸준히 자신들의 페이스로 경기를 펼쳐 앞선 선수들의 기권과

      오버페이스로 경기후반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2시간24분대 기록을 보유한 일본의 후쿠시 가요코는 꾸준히 6 ~ 7위권에서 경기를 펼치다 마지막 5km를 남기고 4위로 올라선

      후, 3위로 달리던 에티오피아의 메셀렉 멜카무가 결승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기권해 극적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최근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선수들은 국제경기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새로운 경기

      환경이나 페이스에 당황하고 이로 인해 모두 개인최고기록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를 내고 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

      에게 일본, 브라질, 미국 남자선수들이 사용한 레이스 전략은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다. 아프리카 선수들과의 현실적인 기량

      차이를 인정하고 메달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실력의 선수 여러 명이 중반까지 사전에 약속한 경기운영으로 서로 협력

      하며 레이스를 진행해 훨씬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 모스크바에서 필자가 느꼈던 한국 마라톤의 부족한 점으로 적응력과 전략적 경기운영 두 가지를 살펴보았는데, 사실 국제대회 메달획득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전반적인 기록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동감해왔던 부분으로 남자는 2시간10분 이내, 여자는 2시간25분 이내의 기록을 뛸 수 있어야 국제대회에서의 불규칙한 페이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이번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자마라톤의 김영진, 성지훈 선수는 2시간12분 ~ 13분대, 여자마라톤의 김성은 선수는 2시간27분대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엔 약간 부족해 보이지만, 세 선수 모두 올해 본인최고기록을 세우는 등 계속 기록을 단축하고 있기 때문에 희망적인 부분이 많다.

 

황영조, 이봉주 선수 이후 한국 마라톤은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하지 못하고 국제대회에서 매번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민들도 이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 육상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전환점을 만들어야 하고, 필자는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이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일본은 여자마라톤에서 3위와 4위를 차지하며 다시 세계 정상에 다가섰음을 보여줬고, 남자마라톤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쳐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위협할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한 때 세계를 평정했던 중국 여자마라톤의 세대교체가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북한의 여자 선수들이 급부상하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7위를 차지한 북한의 김혜경 선수, 올해 20세의 어린 선수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비록 세계대회는 아니지만 일본, 중국, 북한 마라톤이 세계 정상권에 근접해 있고,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이 아프리카 선수들을 귀화시켜 출전하기 때문에 경기수준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한국 마라톤이 침체기를 벗어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현장의 선수와지도자들도 절실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남녀 각각 2명씩 선발되는 국가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아시안게임을 발판삼아 2015년 베이징 세계육상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로 올림픽에서의 영광을 꿈꾸는 한국마라톤. 이번 모스크바에서의 뼈아픈 경험과 반성이 포기를 모르고 새롭게 도전하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홍창표 과장(cp007.ho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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