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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고통 대신 즐거움으로 나의 한계에 도전하라
게시일 : 2009-02-06 | 조회수 : 13,528
* 고통 대신 즐거움으로 나의 한계에 도전하라
* 지난해 11월 다시 여자장거리팀을 맡으시면서 지도 일선에 복귀하셨는데, 간단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 1997년 감독님이 지도하신 권은주 선수가 2시간26분12초의 한국최고기록을 세우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는데 당시의 상황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1997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이 권은주 선수가 마라톤 풀코스에 처음으로 데뷔하는 무대였습니다. 한국기록을 갈아 치우고 한국 여자마라톤의 간판으로 떠 올랐는데 그 당시 훈련도 거뜬히 소화하고 컨디션도 좋아서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예상했지만 솔직히 한국신기록까지 세울 줄은 몰랐습니다.당시 경기를 이틀 앞두고 권은주 선수가 컨디션을 조절하며 조깅을 했는데, 춘천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길을 잃고 2시간을 넘게 헤매다가 겨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중요한 경기 직전에 그런 일이 생겨 선수의 몸과 심리상태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 사건이 선수와 제 스스로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었고 결국 최상의 결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권은주 선수가 발목과 발바닥 부상에 시달리며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조금 회복된 시기도 있었지만 부상의 그늘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고 선수와 저에게 정말 힘든 시기였습니다. 권은주 선수가 부상을 털고 마음껏 기량을 펼치지 못한 것이 아직도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습니다.
* 여자마라톤 한국기록이 1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여자마라톤의 상황과 세계적인 수준과 대비해 평가하신다면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여자마라톤은 현재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아직 두 나라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일본이 100점이라면 중국이 90점, 우리는 후하게 쳐도 50점 수준입니다. 기록도 일본에 10년 정도 뒤져 있으며, 마라톤 저변과 선수, 팀의 숫자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은 엘리트시스템으로 소수의 선수를 집중 육성시키고 있다면, 일본은 넓은 저변으로부터 축적된 힘이 엘리트체육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재능있는 주니어 선수들이 성인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이 시기에 체계적이고 치밀한 훈련과 교육이 이루어 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학교에서 체육을 멀리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학생들이 운동을 하지 않으려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으며, 결국 실업팀의 선수수급 어려움으로 연결됩니다. 육상 뿐 아니라 스포츠계 전체가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감독님 본인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해 보겠습니다. 1981년 전국체전 마라톤에서 우승하시는 등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내셨는데, 당시 선수생활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과 선배로서 후배선수들에게 조언하고 싶으신 것은?
중학교(14세)부터 육상선수로 입문하여 27세까지 13년간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고 정봉수 감독님이 "상규는 너무 아까워, 술만 좀 덜 먹고 시대만 잘 만났어도 황영조보다 먼저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는데"라고 말하시곤 했는데, 제 능력을 높이 봐 주셔서 감사하긴 했지만 지금도 이 말씀을 생각하면 나 자신에게 너무 부끄럽습니다.선수시절 성숙한 인성을 깨닫고, 나 자신에게 좀 더 엄격했다면... 하는 후회가 밀려들기도 합니다. 지금도 많은 재능있는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문제로 좌절하고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는 평생 한다고 하죠?? 그러나 건강을 위한 운동이 아닌 선수로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기와 기회는 길지 않습니다. 정말 지나서 보면 너무나 짧은 순간입니다. 후배들 모두 이점을 가슴 깊이 새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이 마찬가지겠지만, 선수나 지도자들은 잦은 전지훈련과 대회 출전 등으로 가족들에게 소홀할 수 있는데 ,이 자리를 빌어 가족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저는 정말 운이 좋은 남자입니다. 이렇게 집을 오래 비우고 술도 좋아하는 남편과 아버지에게 싫은 소리 한 번 없이 언제나 응원해 주니까요. 지난 4년간 총감독으로 일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보낼 수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더욱 뼛속깊이 가족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동안 소홀히 했던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이제 또 다시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면 집을 많이 비울텐데 그래도 저를 믿고 따르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 현재 여자장거리팀에 3명의 선수가 있습니다. 감독님에게 모두 사랑스러운 제자들이지만, 그래도 냉정하게 세 선수들의 장.단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시고 선수들을 지도하실지 훈련계획이나 지도방침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 개최를 앞두고 한국육상의 경기력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국 여자마라톤을 대표하는 감독으로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 주십시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일본과 중국의 여자마라톤은 이미 세계최강입니다. 많은 육상종목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종목이 바로 여자마라톤입니다. 우선 우리 선수들이 먼저 자신감을 갖고 높은 목표를 가졌으면 합니다.연맹 차원에서도 대구세계육상을 대비해 다양한 강화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되고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병행하길 기대합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는 우리에게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발판으로 한국을 일본,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자마라톤 강국으로 도약시키는데 공헌하는 지도자가 되겠습니다.환한 미소로 인터뷰에 응해주신 임상규 감독은 중간 중간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재미있는 농담도 던지시며 편안하게 분위기를 주도했다. 활발한 의사소통으로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안정시키고 이를 경기력 향상에 연결시키겠다는 새로운 지도철학과 젊은 선수들과의 세대차이를 극복하기위해 노력하겠다는 그의 다짐을 필자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다가올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과 2012년 런던올림픽! 세계적인 선수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골인하는 한국 낭자들과 결승선에서 그녀들을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하는 임상규 감독의 감동적인 장면을 떠올리며 이 글을 마친다.삼성전자 육상단 강성도 사원(ksd63box.ka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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